힐튼호텔은 세계적으로 수백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체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남산에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호텔을 운영하고 있죠. 그리고 경주와 남해에서도.
이번에 경주 힐튼에 2박 3일로 여행를 갔습니다. 한마디로 공사장 한 복판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강을 앞두고 조용하고 조금이라도 공기가 좋은 곳에서 며칠 있고 싶어서...
수서에서 SRT를 타고 가는 것 까지는 좋았습니다. 신경주역에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 안에다 누가 오줌을 싸 놓은 것 같은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겁니다. 창문을 계속 열고 힐튼호텔까지 갔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 도착할 때 까지도 냄새가 가시지를 않습니다.
냄새 문제는 서울로 돌아가는 택시에서도 비슷했습니다. 다만 향수의 종류가 좀 다를 뿐이었지요. 경주 택시기사 분들의 방향제 취향을 좀 바꾸시길 권합니다.
아무튼 도착한 호텔은 만실이라며 오후 2:30에 방을 얻어 들어 갔습니다. 힐튼다운 방이었지만 방 창문 정면에는 롤러코스터의 괴물같은 철 구조물이 50미터 쯤 떨어진 곳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낮 동안에는 그곳에서 들리는 비명소리가 유리창을 꼭꼭 닫아도 다 들립니다.
게다가 출입문은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아 복도를 지나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방음이 시원치 않기는 옆 방과의 벽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사랑을 나눌때 조금 시끄러운 분들은 무척 조심해야지 자칫 교내방송 나가듯 모든 사람이 들을까 걱정입니다.
로비에는 호수 쪽으로 난 넓은 창이 있고 라운지가 있는데 한가합니다. 햇살도 좋아 거기서 하이네켄 두 병을 마셨습니다. 맥주와 함께주는 땅콩은 예술이었습니다. 또 클럽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둘이 간단한 점심으로 먹기에도 충분할 만큼 풍성했습니다. 그런데 프론트 데스크 근방의 넓은 홀에는 하루종일 애들이 뛰어 다닙니다. 조용하길 기대한 우리에겐 별로 였지만 애들 데리고 휴가가는 분들에게는 최고일 것 입니다.
헬스를 갔습니다. 옷을 빌려주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유독 양말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데스크 직원에게 물어보니 양말을 빌려주지 않는다는군요. 사서 신어야 한다고.... 어이없는 짓을 하더군요. 이때부터 이 호텔에 대한 실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헬스, 사우나, 목욕탕 모두 욕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수영장은 실내, 실외 모두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겨울이라 실내만 운영하고 있었고 투숙객 중 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은 모두 그곳으로 가는 듯 보였습니다.
호텔의 정원은 잔디가 깔린 천평도 넘을 것 같은 환경이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곳입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습니다.
호텔의 지하에도 키즈 카페같은 것이 있고, 밖에는 아예 별도의 건물에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보문호수는 거의 만수위까지 물이 차 있어 풍요롭고 햇살을 서울의 그것보다 훨씬 따스합니다. 다만 미세먼지는 그곳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최상층의 executive floor에 가 보았습니다. 만실이라서 예약을 못했기에 아쉬웠던 거지요. 대부분의 힐튼호텔 executive floor에는 고급스럽게 꾸며진 라운지가 있습니다. 하루종일 스낵을 제공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가벼운 식사와 알콜 음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경주 힐튼의 라운지는 운동장에 군데군데 소파를 놓아둔 것이 전부였습니다. 다른 것은 사람이 많아서, 또는 아이들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라운지 인테리어는 호텔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곳 입니다. 아무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지 않고는 어떻게 이럴까 할 정도 였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아이들이 복도에서 뛰는 소리, 부모를 부르는 소리, 야단치는 소리 등등 내 방에 앉아도 시끄럽습니다.
하루 밤을 자고 결국 두번째 밤을 자는 것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아침 부페를 먹으러 나름 사람 없는 시간일거라 생각하고 느즈막히 9:30에 갔습니다. 난장판입니다. 쉐프들은 음식 쟁반을 들고 뛰어다니고, 입구에는 길게 줄이 늘어섭니다.
애들 데리고는 가볼만 한 곳입니다. 하지만 조용한 것을 원한다면 이곳은 아닙니다.
직원들도 수준 이하인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지배인을 불러 따지기 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결국 우리는 이틀 밤 자는 계획을 바꿔 1박으로 여행을 마쳐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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