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늦게 까지 피렌체 도심을 헤메고 다녔다고 아침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죠. 사람들이 몰리는 낮에는 낮대로 흥미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 아침과 밤의 모습을 보아야 그 도시의 모든 면을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 밤의 찌꺼기 같은 것이 남아 있는 찝찝한 모습이 아니라 모든 것이 아직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정말 조용한 모습을 보기 위해 숙소에서 출발해 시뇨리아 광장 부근과 아르노 강가를 산책해 보기를 권합니다.
이 정도에서 아침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첵아웃을 하고 기내용 가방을 맡겨 놓은 후 다시 베키오 다리까지 갑니다. 베키오 다리를 건넌 후 같은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면 피티 공원에 도착합니다. (위 지도 참조) 그곳에서 좌회전해 아름다운 피티 궁전을 향해 갑니다. 길다란 석조 건물인 피티 궁전은 미술관으로 안성마춤입니다.
피렌체는 르네상스 3대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가 활동했던 예술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피치 미술관은 루브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대 미술관이라고 자타의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그 네 군데 미술관은 루브르, 마드리드의 프라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그리고 우피치 입니다.
피렌체에서는 모든 미술관을 볼 수 있는 표를 일인당 38유로에 살 수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오만원도 넘나요? 하지만 우피치를 비롯한 무수한 미술관과 지금 도착한 피티 궁전 미술관, 그리고 피티 궁전 뒷편의 보볼리 공원까지 모두 이 입장권을 이용하게 되니 경제적이라면 단연 경제적입니다. 한국에 우피치가 온 적이 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미술관의 1/10도 안되는 작품이 서울에 오면 입장료가 만 오천원 정도 하고 미술관 안은 시장바닥이 되고 마는 것을 생각하면 38유로가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우피치 미술관 홈페이지 uffizi.i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티 궁전 안은 다양한 전시가 있어 박물관 같습니다. 명화들은 마치 이발소에 걸어 놓은 그림처럼 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방은 방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방마다 벽지가 필요없을 정도로 그림이 가득합니다. 참 부러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피티 궁전 뒤편에 있는 보볼리 정원은 아래 지도에 표시된 파란 점선을 따라가거나 피티 궁전을 관통해서 갈 수 있습니다. 피티 궁전을 관통하면 정면에 삼지창을 든 거대한 조각이 연못 안에 서 있습니다. 넵튠, 그리스 말로는 포세이돈의 조각입니다.
넵튠 조각의 뒤로 돌아가서 보면 피티 궁전이 보이고 그 너머로 피렌체가 펼쳐집니다.
정원에는 옛 영화를 웅변하듯 이집트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있습니다.
성모 마리아 교회의 거대한 첨탑이 손에 잡힐듯 보입니다.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산책을 이어가고 싶지만 중간 정도에서 발걸음을 돌려 우피치 미술관에 가야합니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일주일도 부족하겠지만 아무리 바쁜 6박7일의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우리도 두세시간은 우피치를 보아야 합니다. 사실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을 실제로 보는 것도 각별한 감동이지만 그림들을 보다 보면 자신의 감성을 크게 자극하는 나만의 명작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필자는 프라하 비투스 성당 옆의 미술관에서 본 온통 검은 배경의 십자가를 진 예수 그림에서 가장 충격을 받았습니다. 피렌체에서는 오후 4시 경까지 머물고 기차로 떠납니다.
피렌체는 그림엽서 조차도 심상치 않은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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