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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Travel Journals)/크로아티아 여행기

크로아티아 흐바르 첫 입항 — 라벤더 향기 너머 아드리아해의 보석

by 유럽탐험 2026.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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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흐바르 첫 입항 — 라벤더 향기 너머 아드리아해의 보석
SAILING STORY
흐바르 첫 입항

라벤더 향기 너머 아드리아해의 보석

달마시아 해안을 따라 항해한 끝에 만난 섬, 흐바르에서의 첫날

요트 측면에서 바라본 아드리아해 항해
요트 난간 너머로 펼쳐지는 아드리아해 — 흐바르를 향한 항해가 시작된다
흐바르. 이름만 들어도 지중해의 향기가 떠오르는 섬이다. [출발지]에서의 마지막 밤, 내일 흐바르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아드리아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 섬이, 이제 하루 항해 거리에 있었다.

출항 — 아드리아해의 아침

오전 9:30, 독라인을 풀고 천천히 항구를 빠져나왔다. 아침 바다는 거울처럼 고요했다. 엔진 소리만이 적막을 깨며, 우리 요트는 흐바르 해협을 향해 남서쪽으로 침로를 잡았다.

항구를 벗어나자 바람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메인과 제노아를 올리니 속도계가 5노트를 가리켰다. 엔진을 끄자 세상이 조용해졌다. 바람 소리, 파도가 선체를 두드리는 소리, 시트(sheet)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만이 남았다.

항해 — 달마시아의 푸른 길

브라치 섬의 남쪽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항해했다. 석회암 절벽과 소나무 숲이 번갈아 나타나고, 그 사이로 작은 마을과 해변이 숨어 있었다. 멀리 흐바르 섬의 능선이 수평선 위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요트 갑판 위에서 점심 준비
항해 중 콕핏에서 간단한 점심 준비 — 세일링의 소소한 행복

점심은 콕핏에서 해결했다. 어제 시장에서 산 빵과 치즈, 토마토, 그리고 프르슈트(달마시아 생햄)를 꺼내 도마 위에 올렸다. 바다 위에서 먹는 점심은 어떤 레스토랑보다 맛있었다. 포슈프 화이트 와인 한 잔이 항해의 묘미를 더했다.

오후가 되자 바람이 17노트까지 올라가며 요트가 힘차게 달렸다. 파도가 조금 높아졌지만, 순풍이라 배는 안정적이었다. 좌현으로 파클레니 제도의 작은 섬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항 — 성채가 보이는 순간

파클레니 제도를 지나자 흐바르 타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언덕 위의 스파냘라 성채였다. 500년 전 베네치아 시대의 요새가 오후 햇살에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아래로 빨간 지붕의 구시가가 항구를 감싸고 있었고, 야자수 사이로 대성당의 종탑이 솟아 있었다.

오후 2시, 팔미자나 마리나에 진입했다. 흐바르 타운 키에는 만석이어서 놀랍지도 않았다. 3마일 떨어진 마리나는 한가하여 스턴투로 접안하며 선미 라인을 던지니, 옆자리 요트의 스키퍼가 받아서 볼라드에 걸어주었다. 세일러들 사이의 무언의 연대감. 펜더를 확인하고 독라인을 매듭지었다. 흐바르에 도착했다.

파클레니 제도 항공 전경 — 에메랄드빛 바다와 요트
파클레니 제도 —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

첫 발걸음 — 구시가 속으로

팔미자나에서 흐바르 까지는 워터택시를 이용했다. 십여분의 쾌속 30노트. 모터보트에서 내려 처음으로 흐바르의 돌바닥을 밟았다. 항구에서 성 스테판 광장까지는 불과 2분. 광장에 서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수백 년 된 석조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대성당 종탑이 파란 하늘을 찔렀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시키고, 방금 항해해온 바다를 되돌아보았다.

석양이 가까워지자 성채에 올라갔다. 가파른 돌계단을 20분 올라 정상에 서니, 발아래로 흐바르 타운 전체가 펼쳐졌다. 항구에 정박한 우리 요트가 작게 보였다. 파클레니 제도의 섬들이 석양빛에 실루엣으로 변해가고, 하늘은 주황에서 보라로, 보라에서 진한 남색으로 물들었다.

밤 — 아드리아해의 별

성채에서 내려와 구시가 골목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석조 벽에 둘러싸인 작은 테이블에서, 그날 잡은 자연산 도미 그릴과 포슈프 와인을 주문했다. 올리브 오일에 구운 생선의 담백한 맛이, 하루의 항해와 감동을 조용히 마무리해주었다.

식사 후 항구를 따라 걸었다. 야자수 사이로 초승달이 떠 있었고, 요트 마스트의 실루엣이 밤하늘에 그려졌다. 항구 건너편으로 성채의 조명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보트에 돌아와 콕핏에 앉아 밤바다를 바라보았다.

흐바르. 이 섬은 도착하는 순간이 아니라, 떠날 때 비로소 그 무게를 느끼게 되는 곳이다.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벌써부터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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