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힘든 여정이 우릴 기다린다. 마드리드에서 이곳을 오가는 항공편의 출발 시간이 밤 열시이기 때문이다. 정오에 파라돌에서 체크아웃을 하면 거의 열두시간을 집없는 노숙자 신세로 지내야 한다. 한창 때엔 그런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하루 일정의 중간 정도에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숙소도 좋고, 일정도 길어서 M과 유럽여행 가이드는 늑장을 부리며 호텔과 부근에서 아침 시간을 여유롭게 보냈다. 호텔을 check out하고 벨데스크에 짐을 맏기고 난 후, 우린 문어가 맛나다는 식당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또 식당이 문을 열지 않고 있다. 12:00부터라고...
하는 수 없어 맞은 편에 보이는 시장에 들어가 시간을 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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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동물을 잡아 놓은 고기 시장인지 토끼 정도 될 법한 크기의 이름모를 동물도 통째 팔려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중에서도 웃겼던 것은 돼지 머리 고기. 사진에 보인 것 처럼 잘도 펴서 걸어 놓았다.
약간은 엽기스런 시장 구경을 마치고 식당에 입성. 문어 요리를 시켰다. 그리고 어른 엄지 발가락 두께의 문어 다리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나왔다.
전혀 질기지 않고, 그렇다고 물컹하지도 않게 조리된 기가 막히는 맛의 문어를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맥주를 곁들인 점심을 먹고 떠나야 한다는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쏘다니다.
날이 쌀쌀해 두어시간 이상 걷기는 무리.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핫 쵸콜렛을 마시며 한가한 이야기를 나눈다.
카페는 1800년대 부터 있던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무로 장식된 벽이 고급스럽고 아름답다. 밖엔 비라도 내릴 듯 오래된 도시가 회색빛으로 보이고 카페 안의 분위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매력있는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타파스 집의 모습. 전통가옥의 형태를 보존한 듯, 지붕을 가로지르는 목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테이블은 소박하다.
저녁 다섯시가 넘었지만 손님을 찾아 보기 힘들다. 하지만 9시가 넘으면 앉을 자리가 없을 지경으로 돌변한다.
신자는 아니지만 난 유럽에 올 때마다 성당을 즐겨 찾는다.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좋고 그 안에 있는 수많은 보물들은 박물관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다녀 본 어떤 교회나 성당보다도 이 도시의 성당은 남다른 아우라를 뿜어 낸다.
어디로 이어지는 문일까. 암시적인 청동 부조가 어쩐지 경외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보면 천정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슬람의 영향일까. 몇년전 그라나다의 알함브라에 갔을 때 왕비의 방(?)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한 정교하기 이를데 없는 천정 조각 장식.
작은 기도 공간처럼 보이는 곳에 마치 동굴처럼 선반을 만들고 모셔 놓은 기도하는 사람의 조각.
그리고 눈길을 잡아다니는 강렬한 예수의 조각. 작은 크기와 아무 화려함이 없어서 더욱 예수의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이곳에 오는 여느 순례자를 표현한 것 인지도 모르겠다.
지친 다리. 저녁 7시가 되자 더 이상 쏘다닐 기력이 없다. 다른 곳에서라면 식당에서 저녁을 먹겠지만 스페인에선 어림없는 소리다. 8시는 되어야 여는 곳이 대부분이니까.
하는 수 없어 파라돌에 돌아와 바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켜 요기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스페인 최고의 맥주는 이곳 와인에 비하면 특별할 것이 없다고 할까.
8시에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떠났다. 다시 마드리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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