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린을 떠난 크루즈는 더욱 북쪽으로 달려간다. 발트해의 끝,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것이다. 북해는 험한 바다로 유명하지만 발트해는 지중해처럼 육지에 둘러싸인 지리적 형태 때문에 잔잔함이 호수와 같다.
오늘은 배의 메인 리셉션 데크에서 패션쇼를 한다는 선내 신문의 안내를 보고 구경을 갔다. 기네스 펠트로 같은 북구의 우아한 매력을 지닌 모델들이 엄청난 키를 뽐내며 캣워킹을 한다. 사람들도 저녁 식사 전 여가 시간을 이곳에서 칵테일 한잔과 함께 보내고 있었다.
크루즈를 예약할 때는 몇가지 옵션을 추가할 수 있는데 우리는 여름인 것을 고려해 맥주 패키지를 샀다. 네명이 일행이니 여행동안 각자 10병의 유럽 맥주를 마시는 패키지를 샀는데 제대로 소화하기가 힘들었다. 북유럽은 7월에도 30도 근처에는 잘 도달하지 않을만큼 선선한데다 배 안은 22도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쌀쌀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배 안에 들어오면 얇은 스웨터라도 하나 위에 더 걸쳐야 지낼 만 해진다. 그러니 찌는 더위에 지친 갈증을 풀려는 작전은 수포로 돌아가고 찬 맥주를 마시려면 뭔가 따뜻한 것을 먹어야 할 때도 있다. 피서는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다시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카페에서 잡담으로 시간을 보낸다. 편안한 밤이 조금씩 깊어가고 대공연장에서 서커스 공연이 끝나자 밤 9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배에는 실내외에 카페가 여러개 있는데 그중에 스포츠 바를 찾아갔다. 여러개의 TV가 벽에 설치되어 다양한 운동경기를 중계하고 있고 풀 테이블도 두세개 놓여 있고 다트 판도 있다.
배가 부른 덕에 맥주를 마시고 싶어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앉았다가 젊은 일행 두사람은 풀테이블로 가고 나와 내 옆의 사람은 하루의 피로를 풀며 젊은이들 노는 것을 구경했다.
누군가가 잠깐 혼자 골프 중계를 보고 있는 나를 사진에 담았다.
바람이 쐬고 싶어 배의 가장자리 데크로 나갔다. 백야가 한창인 이곳에는 여간해서 어둠이 찾아오지 않았다. 북구의 낮게 드리운 구름이 석양을 흉내내며 연한 핏빛으로 물들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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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에 매달린 배가 비상시에 구명정으로 사용하는 배 들이었다. 아침에는 이곳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이 제법 많은데 밤에는 무척 한가하다.
각자 선실로 돌아가 잠을 청했는데 새벽에 눈이 떠진다. 발코니를 내다보니 암흑이 깔려있는 위로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다. 육지 가까이를 지나는지 바로 옆에는 건물들의 가로등이 보이고 멀리에는 바다를 지나는 다리의 가로등이 일렬로 빛나고 있었다.
보름달이 비친 바다 위에 월광소나타가 울려 퍼지듯 파도에 달빛이 부서진다.
보름달을 사진에 담는 것은 항상 불만스럽게 끝난다. 그런 줄 알면서도 언제나 다시 도전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달이 지려할 때 까지 나는 추위를 무릅쓰고 발코니에서 사진을 찍어 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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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에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 되었다. 평지에 펼쳐진 건물들의 스카이라인이 태양 빛을 받아 뚜렷이 보인다.
영웅의 도시 레닌그라드로 이름지어졌던 도시. 낙후한 러시아를 부흥시키고자 서유럽의 문명을 받아들여 신도시를 건설한 표토르 대제의 염원이 서려 있는 도시. 수십만의 독일군이 이차대전 중 전멸한 비극의 땅에 햇살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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