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은 의외로 기록이나 기억이 많지 않다.
7월 초에 갔던 스위스와 이태리 북부에서의 일주일 여행이 그렇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데도 이 여행에서만큼은 사진의 양이 다른 여행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당시엔 참으로 좋았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남겨진 사진 속에 멈춰진 나와 일행의 표정으로 박제가 되고 만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여행에 관한 글을 써대고 있는 것도 자꾸 흐릿해져갈 나의 기억 을 안타까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M은 서울을 출발, 파리를 경유해 제네바에 도착했다. 밤늦은 도착이기에 택시로 시내의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에 머무를 시간이 10시간도 되지 않기에 적당한 호텔을 예약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도착해 제일 나쁜 방을 받은 건지, 아니면 모든 방이 그런 수준인지 방이 맘에 들지 않는다. 120스위스 프랑이나 주었는데. 피곤한 M에게 미안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방이 코딱지만 한 걸 제외하면 사실 하룻밤 잠자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깔끔함은 갖춘 호텔이 다. (오래된 도시의 중심은 호텔의 가성비가 떨어진다. 많이.)
아침에 일어나 레만 호수로 산책을 나갔다. 호텔에서 십분 정도 걸어가니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선전 간판이 옥상에 즐비 한 호반이 나타났다.
태양이 솟아오른 동쪽은 아직 산이 그 빛을 상당히 가리고 있어 어둠이 채 가시지 않고 있었다.
아름다운 기념탑이 구름이 멋지게 퍼져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자태를 뽐낸다.
그 탑 뒤편으로 보이는 길에는 아직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산책하기에 적당히 선선한 알프스의 바람이 여독이 남은 우리의 가슴을 시원하게 훑고 지나가는 아침이다. 서울의 번 잡함과 치열함이 비로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순간.
레만 호반에는 다양한 배들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떠오르는 태양의 붉은빛이 호수에 비쳐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몇마리 백조가 한가로이 아침 산책을 하고 있었다.
레만 호수의 아침이다.
한때는 하늘을 봐도 구름이 없는 하늘이 좋은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때였다. 요즘은 구름이 있는 하늘이 좋다. 표정이 있어 좋고, 구름이 있어 노을이 아름답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도 맑기만 하면 그것이 행복인 줄 모를 것이다.
제법 길었던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백조가 가까이 보인다. 유명한 레만호를 가로지르는 다리 건녀편으로 유명 시계브랜드 간판이 즐비하게 서있었다.
한쌍의 백조가 다정하게 아침 사냥에 나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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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며 바라본 제네바 시내의 호숫가 풍경.
아침밥을 먹으러 호텔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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