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리트는 알아도 트로기르는 생소한 이름인 분들이 많습니다. 스플리트 공항을 중심으로 스플리트와 반대 방향으로 등거리에 있는 도시가 트로기르입니다.
아드리아 해를 따라 수많은 도시들이 발달했습니다. 바다의 실크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스탄불에서 베니스로 가는 상선들이 수없이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는 코르푸, 스플리트, 자다르, 두브로브니크 등 아주 커다란 성공을 거둔 곳도 많습니다. 트로기르 Trogir는 그런 점에서는 작은 마을입니다. 기원전 3-4세기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하니 벌써 2300년 이상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입니다.
아드리아 해의 풍요로움 때문에 이곳은 권력다툼의 전쟁이 많이 일었났습니다. 1123년에는 사라센 (지금의 아랍인) 해적들에 정복당해 도시가 폐허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전쟁은 12-14세기에 벌어진 헝가리와 베니스 간의 각축전이었습니다. 이 전란 통에 도시는 내내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1420년에는 결국 베니스가 정복해 4백여년 동안 지배하였습니다. 우리들은 흔히 베니스를 낭만의 도시로 알고 여행지로 좋아합니다만 중세에는 무시무시한 국가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무력 사용을 서슴치 않았지요.
사실 역사상 강대국은 모두 침략을 한 주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인 까닭에 그들의 행위가 미화되어 전해지는 것일 뿐입니다. 2차대전이 끝난 후에는 유고슬라비아로 통합되었다가 1991년에야 다시 크로아티아로 독립하였습니다.
발칸반도를 지나 온 태양이 트로기르에 떠오르는 아침이면 도시도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동남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니 해가 왼편에서 떠오르려 하고 있습니다.
더 서쪽으로 이동하면 트로기르 중세도시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를 따라 사람들의 산책길에 가로등이 아직 켜 있는 새벽 입니다. 북쪽 끝에는 도시를 지키는 카메를렝고 Kamerlengo 요새가 크로아티아 국기를 바람에 휘날리며 서 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를 따라 발달한 해안 도시들이 많습니다. 이 도시들은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높은 산맥을 만납니다.
중세도시는 붉은 지붕 일색으로 동화 속 같습니다. 남쪽 방향에서 구도심을 바라 본 모습입니다.
동쪽 끝에서 서쪽을 바라 본 모습입니다. 동쪽 끝에는 마을을 감싸듯 차들이 다니는 길이 있습니다. 왼편으로 바다를 넘는 다리를건너면 새로 개발된 시가지가 펼쳐집니다. 구 도심의 대부분은 차가 내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일출 직전이라 사위가 더욱 어두운 것 같습니다. 해를 등지고 마을의 새벽이 깨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드디어 떠 오른 태양이 제일 먼저 비추는 곳은 성당의 첨탑 끝의 십자가입니다. 세상은 어둠을 탈피하고 밝음으로 채워집니다.
찬란하게 아름다운 트로기르의 아침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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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의 트로기르는 아드리아 해의 태양으로 타오릅니다. 유럽에서 가장 일조량이 많은 나라 크로아티아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닷가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도 더위로 조금 잠잠해 집니다.
북쪽으로 멀지 않은 산 정상에 홀로 선 작은 교회의 붉은 지붕은 크로아티아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마치 신기루 같습니다.
수많은 전쟁을 치렀던 도시답게 성벽은 지금도 견고합니다. 전쟁이 없는 때에는 지금처럼 성벽을 따라 파라솔이 펴지고 카페가 열립니다.
골목은 중세도시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오래 된 돌 집들의 흰색 담 사이로 난 좁은 길들은 미로와 같이 얽혀 있습니다.
도시 동쪽 끝의 차도 옆에 있는 마리나에는 크고작은 요트들이 서 있습니다. 바다 멀리 보이는 육지가 스플리트 입니다.
바다를 넘는 다리를 건너면 한 눈에 구 도시의 모습이 들어 옵니다.
견고한 카메를렝고 Kamerlengo 요새는 그 서있는 방향으로 보아 베니스 방향에서 오는 적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녁 어스름이 되면 아드리아 해로 나갔던 요트들도 모두 돌아오고 그와 함께 관광객들도 숙소를 찾아듭니다.
트로기르 카메를렝고 Kamerlengo 요새에는 관광객 몇 명이 보이고 원형 타워 중앙에 크로아티아 국기가 게양되어 있습니다. 성채는 많은 베네치아 식 요새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트로기르는 두 개의 수로를 갖고 있습니다. 주 요새인 카메를렝고 Kamerlengo 남쪽으로 넓은 수로가 그 중 하나이고
다른 수로는 카메를렝고 Kamerlengo 요새 북쪽 (사진의 오른편)에 있는 작은 산마르코 요새 오른편의 좁은 수로입니다.
산마르코는 베니스의 수호성인 이며 베니스의 유명한 성당과 광장의 이름입니다. 이곳에도 베니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겁니다. 400년 이상을 지배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산 마르코 타워 옆에는 크고작은 배들이 가득합니다.
황혼이 잦아들면 요새와 도시에 가로등이 들어오며 마을은 마법 속으로 걸어들어 갑니다.
요새에서 동쪽을 바라 보면 수평선 너머로 스플리트의 불빛이 아른거리고 마을은 어둠 속에 서서히 잠겨갑니다.
조명은 마치 보석처럼 마을을 빛나게 하고 아름다움은 대낮의 그것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설레이게 합니다.
낮 동안에는 더위에 조금 떨어져 걷던 사람들도 밤에는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정하게 골목을 누빕니다. 그들을 맞이하려는 식당들도 예쁜 조명으로 한껏 모양을 냅니다.
여름에는 별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실내 자리는 사실 훨씬 고급스럽고 아늑하다는 것을 잊기 쉽습니다.
골목에 자리를 펴 놓는 것은 통행에 불편을 줄 수 있지만 그걸 탓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적한 가로등 불빛아래 중년 부부의 모습이 평화롭습니다.
길 한복판을 유유자적 걷는 고양이. 이곳에도 길고양이가 많아 호, 불호가 갈립니다.
성당 앞에는 광장이 있습니다. 카톨릭 성인의 조각상이 버젓이 내려다 보는데도 젊은 남녀는 피끓는 사랑을 주체하기 어려운 듯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 것은 도시 전체가 마법에 빠진 탓인지도 모릅니다.
성당 맞은편에는 기둥 하나 하나가 각각 다른 시기의 문양을 하고 있는 작은 신전 같은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 도시 사람들의 조촐한 공연이나 무명가수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 앞의 광장 카페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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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따라 미아가 되어 돌아다니다 보면 현지인들이 사는 골목을 만날 수 있습니다. 높이 빨래줄이 걸려 있고 현관 앞 계단에는 꽃화분이 가득한 아름다운 home sweet home 풍경이 정겹습니다.
조금은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소박한 모습이 진짜 트로기르의 오늘이 있게 만든 장본인들의 것입니다.
카메를렝고 요새까지 이어지는 바닷가 산책로는 저녁을 먹고 와인까지 마신 연인들이 정담을 나누며 호텔로 돌아가기 전 거니는 곳입니다. 미진한 한 잔을 더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한켠에는 카페, 식당이 줄지어 있습니다.
카메를렝고 Kamerlengo 요새는 밤이 되어 침묵 속에 조용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서서히 줄면 내일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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