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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자유여행/세일링 요트 유럽자유여행

[세일링요트여행] 다리우스 왕의 항로를 따라 마라톤 전투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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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항구에서의 밤은 숙면을 이루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사방은 고요하고 잔잔한 물결은 우리들이 잠 든 요트를 요람처럼 흔들어 주었다. 이른 아침 마을은 여전히 잠든 듯 고요하고 하늘엔 구름이 끼었다. 부두의 벤치에 앉아 그 평화로움을 만끽했다. 멀리 산 정상에 늘어선 풍력 발전기들이 일찌감치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정박하고 있는 우리들의 요트 그리고 물과 전기를 공급해 주는 항만 시설

또 다른 항해의 시작. 느리게 시작하는 아침 나절, 어느새 구름이 개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오는 9시 30분 하루 밤을 보낸 부두를 떠났다.

만을 빠저나오는 양 옆에 육지가 우리를 배웅하고 멀리 다음 목적지가 정면의 섬 너머로 뿌옇게 보인다. 바로 그 유명한 마라톤 전투가 벌어졌던 곳. 

10 마일 떨어진 마라톤까지 엔진으로 약 90분을 달려갔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바람이 6-7 노트 사이를 오갔기 때문인데 세일을 펴고 달리면 세시간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마라톤 전투 현장을 답사한 경험은 정말 인상 깊었다. 마라톤 전투는 기원전 490년에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가 페르시아 제국과 맞서 싸워 승리를 거둔 전투로, 그리스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책에서만 보았던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밟아보니, 그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와 용맹스러운 전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끝없이 펼쳐진 평원이었다. 오늘날에는 평화로운 해수욕장이지만, 이곳에서 수천, 수만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들판 위를 걸으며, 페르시아 군대가 상륙했던 해변과 그리스 병사들이 진을 쳤던 곳을 상상해보니 멀리 보이는 산 너머에서 아테네 군이 행군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답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라톤 전투를 기념하는 아테네 군사의 동상이었다. 이 동상은 전투에서 승리한 그리스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그들의 희생과 용기를 되새기게 해준다. 한 손엔 칼을 들고 왼손은 다가오지 말라는 듯 저지의 손짓이 인상깊다. 다가왔던 페르시아 군사는 전멸하고 말았다.


동상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작은 언덕이 보였다. 우리나라 경주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언덕으로 전사한 그리스 군사들을 함께 묻어 준 묘지였다. 마라톤 평원을 페르시아 군 시체로 가득 채운 그 전투에서 사망한 그리스 군사는 불과 수백명에 그쳤다고 하니 얼마나 큰 승리였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마라톤 전투는 그리스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중요한 전투였기에, 그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역사적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저녁에는 바덧가를 따라 뻗은 해안도로의 타베르나에서 식사를 했다. 마침 평일이라서 손님이 없는 한적한 마당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바다와 석양을 감상하니 가슴이 자유롭다는 행복감으로 충만해졌다. 

이튿날 새벽, 꼬마 어선들이 정박한 포구에 들러 정겨운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작은 어선들이 정겹고, 어부들의 가난이 부끄러움이 아닌 자신의 삶에 진솔하고 숭고한 모습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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