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크루즈는 매력적인 북유럽의 도시들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세계 크루즈 선사들이 선호하는 지중해와 카리브해는 작열하는 태양아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함께하는 뜨거운 크루즈라면 북유럽 크루즈는 훨씬 운치가 있는 도시들이 여름동안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는 차분한 쪽이다.
크루즈 여행은 며칠씩 바다에 머무르는 것이다 보니 바다의 표정이 여행 전체의 성패를 좌우한다.
크루즈에 사용하는 배들은 보통이 9만톤 급이고 좀 크면 12만톤, 최근에는 15만톤짜리 호화 유람선이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난 12만톤까지 밖에 못타봤다. 그것도 어마무지하게 크다. 길이가 300미터가 넘으니 축구장 3개를 이어 놓은 것보다 길다. 호텔 방이라 할 수 있는 객실도 1500개가 넘는다. 잠실에 있는 롯데호텔이 650개 객실이라면 상상이 되려나?
배가 크다보니 2-3미터 짜리 파도에는 거의 진동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이런 큰 배들이 나뭇잎 배처럼 흔들리는 걸 볼 수 있다.
호주 남쪽 타스매니아, 알래스카 항로, 북해 항로 등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배 안은 난장판이 된다.
그래서 난 항상 잔잔한 바다를 찾아 다녔다.
여름에 갔던 지중해, 에게해, 아드리아 해가 꿈결같은 바다였고 1월에 갔던 카리브해는 며칠 동안 파라다이스를 체험하게 해 주었다.
파도가 없는 바다 중에 남은 곳은 겨울의 동남아와 여름의 발트해 정도이다.
동남아 크루즈는 별로 가고 싶지않다.
최근에 갑자기 돈이 생긴 졸부 나라 사람들의 등쌀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
그럼 남는 건 발트해 크루즈 뿐이다. 7월 출발 크루즈를 예약했다.
일정은 코펜하겐에서 출발하여 독일의 키엘에서 손님을 더 태우고 스톡홀름, 탈린, 그리고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다녀 오는 7박 8일.
지도만 보아도 발트해는 마치 호수같이 육지에 둘러싸여 있다.
안락한 크루즈를 기대하며 아우성 속의 서울을 떠난다.
십여시간의 비행 끝에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 그리고 코펜하겐에 도착한다.
호텔에 짐을 던져놓고 택시를 타고 도착한 옛날 항구.
백야가 작열하는 이곳의 시간은 10시가 넘었건만 켜진 가로등이 무색하다. 오래된 목선 한척이 눈길을 끈다.
엄연히 항해가 가능해 보이는 이런 배가 줄지어 늘어선 운하와 카페, 사람이 어우러진 에너지 넘치는 곳, Nyhavn.
운하를 따라 수많은 카페와 식당을 구경하며 백야의 북유럽 낭만을 만끽하다가 한켠에서 장난스런 사진도 찍을만큼 우리들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다.
아주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 집을 찾아가니 기다리는 줄이 제법 길다. 일행 중 한 명은 거리에 세워 둔 모형을 먹어버리려는 듯 익살을 부리고 있다.
오랜 비행 때문에 늦게 까지 노는 것은 무리였다. 10시 경 호텔에 돌아와 여행의 첫 밤을 마무리했다.
새벽에 눈이 떠져 혼자 방을 빠져나와 거리를 본다. 보슬비가 내리는 것 같다. 길 건너 건물 뒤로 운하가 펼쳐진다. 프론트에서 우산을 빌려 운하로 향한다.
운하의 한쪽 끝인 이곳은 새로이 개발되어 초현대식 건물이 즐비하다. business district.
해가 뜨려는 코펜하겐. 멀리 궁전 등의 첨탑이 아름다운 구도시가 보이고... 운하 옆의 최첨단 건물은 온통 투명하여 건물 반대편까지 훤히 보인다.
어느새 솟아오른 태양이 구도시를 비추고 운하에 황금 패턴을 새기고 있다.
그러던 해가 두꺼운 구름 속으로 몸을 감추고 사방은 다시 조금 어두워진다.
그리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빗소리가 제법 요란하고 운하도 튀어오르는 빗방을로 안개가 낀 것 같아진다.
십여분 정도 내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개이는 하늘. 길에는 물기가 남았고 마리나에 작은 보트들의 덴마크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본 또 다른 오피스 빌딩의 모습도 현대적이고 반대편이 보일만큼 투명하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식구들과 함께 도심을 향해 산책을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검은 외관의 왕립도서관 Black Diamond가 나온다.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시키고 오전 햇살을 즐기며 야외 자리에서 한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서관 앞 운하를 바라보고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 여인의 모습이 평화롭다.
주 출입구를 통해 입장하면 탁 트인 중간 공간 양편으로 열람실이 펼쳐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면 운하와 주변의 건물이 유리창 너머로 아름답다.
뭔가 설명하려는 듯 M은 화이트 보드에 뭔가를 적고, 다른 일행은 창 밖 풍경에 빠져있다. 도서관 안에는 이런 회의실이 여럿 있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명불허전이란 이런 것이다.
현대식 도서관은 오래 된 도서관과 연결되어 있었다. 고색창연한 서가가 줄지어 서있는 그 도서관은 아름다운 정원을 내다보고 있었다.
북유럽의 강자답게 영화를 누렸던 덴마크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도서관이 부러웠다.
도서관을 나서니 작은 배가 지나간 운하에 물결이 인다. 하늘은 약한 안개가 남은 듯 흰 색이 섞인 연한 푸른 빛이다.
다시 도심을 향해 걷다 발견한 블랙다이아몬드의 육교 열람실.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의 정원이 가깝다. 일행은 꽃이 흐드러진 여름의 코펜하겐을 추억에 담았다.
궁전 구경 중 문틀 밖으로 보이는 이 나라의 위인 크리스티앙 9세의 동상이 있다. 자식들을 모두 유럽의 왕족과 결혼시킨 '무슈 뚜.'
왕실 근위병 '차려 총' 자세 봐라.
lady M을 여인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한 코펜하겐의 도심 광장, 쇼핑거리.
로열코펜하겐 본점이 버티고 서 있던 번화하고 자전거도 많은...
우리도 아픈 다리를 쉴 겸 카페에 앉아 하이네켄 한 잔을 마셨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얼굴없는 투명인간 연기를 하는 길거리 공연자의 모습에 놀라 우는 아이가 귀엽다. 녀석의 형들은 공연자와 팔짱을 끼고...
니콜라이 코펜하겐 현대미술센터
Nikolaj, Copenhagen Contemporary Art Center
시내 한복판에 교회 건물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사용하는데 주변의 녹음이 너무 아름다웠다. 유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역사와 여유가 좋다.
Kastellet 카스텔렛은 지도에서 보면 별 모양의 요새를 부르는 이름이다. 코펜하겐으로 들어오는 물길을 지키는 아주 중요한 요새는 지금도 유사시에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막사와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시내에서 요새로 가려면 처칠 공원을 지나게 되고 이어서 게피온 분수를 볼 수 있다.
평화시의 요새는 마치 공원같이 녹음이 우거져 있었다. 다만 군데군데 대포같은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곳이 요새임을 알 수 있었다.
대단한 규모의 막사가 아직 군인을 수용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요새 뒷 편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동상이 있다. 브뤼셀의 오줌싸게 동상만큼이나 잘 알려진 인어공주 동상은 생각보다 작았다. 오줌싸게도 그렇더니만...
택시로 티볼리 공원으로 간다.
제법 오랜 시간을 걸어 코펜하겐 도심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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