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21:10
인천공항에 홀로 앉아 있다. 여행 또는 출장을 혼자 떠난게 언제였더라? 아마 십여년 전 아닌가?
우연히 알게 된 여행사 프로그램을 따라 혼자 떠난다. 내가 없는 동안 M은 그동안 뜻밖의 휴가를 즐기게될 것이다.
같이 가자고 해 보았지만 자유여행을 선호하고 패키지는 싫어하는 탓에 단호히 거절당했다. 평소에도 터키는 이동거리가 너무 길어 자유여행 조차도 안간다며 손사래를 치던 그녀였으니...
이번 여행의 이동거리도 3500Km!!!
공항에서 가이드와 같이 갈 사람들을 만났다. 혼자 가는 이는 나 혼자인 듯했다.
수속을 마치고 탑승과 이륙은 순조로웠다. 새벽 한시에 출발하는 탓에 잠은 잘 온다.
2/16 06:10 doha time
이코노미에서 네시간정도 잔것 같다. 10시간 중에. 성공적이다.
도하에서 중간 기착을 하는 동안 공항 면세점을 오가며 운동 겸 아이쇼핑을 하다 가족들 선물을 좀 샀다.
다시 탑승.
2/16 18:50 istanbul time
도하에서 이스탄불까지 네시간을 날아온다. 오전11:40도착
공항에서 버스를 태우자마자 점심을 먹기위해 이동했던 곳. 아야 소피아 인근이다.
아! 샤워하고 싶다.
터키일정은 보통 456이라고 가이드가 겁준다. 4시 기상, 5시 아침, 6시 출발 이라나?
하루 9시간 버스타는 건 기본인 것 같다. 우선은 무슨 느낌이 없다.
호텔은 아기아 소피아 성당이 있는 곳에서 한시간 떨어져 있단다.
점심을 현지식으로 먹고 아야 소피아를 구경하러 갔다. 성당으로 가는 길가에 놓인 의자. 그 낡고 초라한 모습과 배경의 벽이 이곳만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던 날 죽어간 수많은 기독교인들의 처참한 비명이 아직도 베어 나와 내귀에 들리는 것 같다.
아야 소피아 성당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밖에서 본 성당/모스크의 모습. 절망에 찬 기도는 외면당하고 천년의 동로마는 멸
망했다. 그리고 또 육백년이 흘렀다. 초록과 분홍의 대리석 벽은 침묵하고...
내부에는 곳곳에 지름 3-4미터는 됨직한 원판들이 아랍어로 쓰여 있다.
2층 공간으로 올라가는 복도의 벽체 모습. 단단하기 그지없어 앞으로 천년도 끄떡없게 보인다.
비교적 잘 유지되는 아랍어 간판들과 달리 기독교 문화의 흔적은 쇠락한 벽의 깨진 부분에 머물고 있었다. 정복당한 종교의 처참한 현실이란 것이 이런 것이고, 이런 것에 분노를 느껴 십자군 전쟁같은 비극이 일어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야 소피아의 창문너머로 블루 모스크의 첨탑과 돔이 보인다. 한낮의 태양은 이곳이 아직 을씨년스러운 겨울의 끝자락인
데도 풍경을 꿈 속인듯 아련하게 만든다.
이슬람교의 경구가 쓰인 원판들 사이로 한 때 회칠로 덮여졌던 성모 마리아 상이 복구되어 우리를 내려다 보도 있었다. 이천년 전에 지어진 이 건물의 중앙 돔이 피렌체 두오모의 그것보다 작지도 않은듯 했다. 놀라운 건축술.
1453년 마흐메트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고, 승전을 기념해 지었다는 바로 맞은 편의 블루 모스크는 오히려 오스만 문명의 후진성만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역사는 정복자가 꼭 우수한 문명을 가진 자들이 아님을 웅변하고 있다.
로마를 정복한 게르만 족, 미노아를 정복한 미케네 문명, 그리고 동로마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오스만 제국까지...
과연 역사는 발전하고 인간은 진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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